잭은 눈을 깜빡였다. 한쪽 눈만을 깜빡였다가 양쪽을 깜빡였다. 플라스틱에 고무줄을 이은 조잡한 안대로 한 쪽 눈을 가린 그는 다른 쪽 눈으로 한 상대를 집요하게 좇고 있었다. 더운 줄도 모르고, 사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인 것처럼 칠렐레 팔렐레 돌아다니는 저 강아지 같은, 개 같은 클리브 스테플을. 저 주체하지 못하고 어느새 길어진 흰 머리나 호기심으로 넘실거리는 눈동자나 금방 헤죽헤죽 웃어대는 입꼬리나 전부 다 개 같았다. 잭은 잘 안보이는 쪽으로 튀어가는 것에 결국 책상에 바짝 엎드려 팔에 얹고 있던 몸뚱아리를 일으켰다. 허리에 힘을 주어 곧게 펴고서 다시 시선으로 그를 찾았다. 수첩을 꺼내들어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으로, 잭의 망막 속에 맺혀있던 달리는 '클리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펜을 쥐면 힘을 상당히 주는 편이었다. 수첩과 함께 쉽게 들고 다니기 위해서 고심 끝에 골랐다는 짧은 펜은 그의 손에는 한참 작았고, 그 바람에 그는 거의 손을 구기다시피 하며 펜을 쥐고 그가 원하는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수첩은 자주 바뀌었지만, 펜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저 펜은 얼마정도 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잭은 급기야 자신이 다음 수첩과 펜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힘줄이 튀어나온 손등이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을 것 같은 수첩을 들고 쩔쩔매는 것이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수첩을 얼마나 금방 쓰는지, 남은 종이가 반절 이하였기 때문이었다. 또 수첩 용수철이 제멋대로 휘었는지 주머니 안쪽에 길게 늘어진 실밥을 꿰어물고 오래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혹은 짧고 뚱뚱한 펜 위로 인쇄된 새하얀 양의 얼굴이, 얼마나 펜을 거칠게 들고 다니는지 아니면 물건을 험하게 쓰는 탓인지 거의 다 벗겨졌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핑계였고, 잭은 제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클리브가 제가 준 선물을 받는 모습이 궁금했다. 선물을 받을 때 손은 어떻게 할지, 얼굴 표정은 어떨지, 기쁠지, 이상해할지, 신기해할지, 낯설어할지. 저 반짝이는 얼굴이 자신을 향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그는 잘 기억하지 못했고 이번 선물을 핑계 삼아서 그의 얼굴을 관찰할 생각이었다. 그는 과연 어떻게 웃을지, 혹은 감동에 벅차 울지, 혹은 제가 주는 선물의 값어치를 한 눈에 알아보거나 혹은 눈대중으로 맞추고서는 난처해할지, 등등. 잭은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rauch | 연기

귤락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